1. 누가 끌어올리는가?
2017년은 개미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가격들을 끌어올렸다면, 2020년은 그레이스케일, 코인셰어즈,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스퀘어 등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가격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이낸스의 경우에는 2020 마일스톤 아티클을 통해 기관 투자자 고객이 46% 증가했다는 소식을 발표한 바 있고, 코인베이스에서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BTC매입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올해 많은 투자자들이 매일 발표하고 있는 그레이스케일의 AUM의 변화를 주목하며 트레이딩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존 개인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단기 시세차익 실현"이 주목적인 집단이나, 기관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헷지"가 가장 주요한 목적인 관계로, 현재의 시장은 단기 폭등보다는 신규 진입 타이밍을 내어주지 않는 지속적 우상향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비트코인트레저리의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기관에서 매입한 비트코인이 전체 발행량의 5.48%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EOSIO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블록원의 경우에는 비트코인트레저리에서 집계되는 14만 BTC 보다 훨씬 많은 약 24만 개 정도로 수량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2. 낙수효과의 차이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도미넌스가 상승하는 경우 순간적으로 BTC기준의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급격하게 빠지다가 다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분(익절분)이 알트코인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이른바 "알트 불장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트코인 혼자 가격상승 랠리를 시작하는 경우, 코인판에서의 경험이 꽤나 있으신 분들이 이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잘 타게팅하기 위해서 비트코인 도미넌스 차트와 메이저 알트들의 가격 변동성에 집중을 하기도 합니다. 올해 12월의 그 주인공은 라이트코인이 대표적인 것으로 보이네요.
재미있는 점은 2017년과 2020년의 낙수효과에 있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1) 2017년
- 낙수효과가 빠르게 알트들에게 반영됨
- 비트코인 상승을 놓친 경우에도 비트코인 횡보 시점에 알트에 빠르게 진입하여 수익 실현 가능
- 낙수효과가 메이저 보다는 단위당 가격이나 시총이 낮은 이른바 잡알트에게 더 크게 작용
- BTC페어에서 BTC를 알트로 익절하며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경향
(2) 2020년
- 낙수효과가 반영되는 속도가 더딤
- 비트코인 상승을 놓쳐서 알트에 진입해도 수익 실현이 어려움
- 낙수효과가 반영되는 효과가 잡알트가 아닌 메이저 알트에서 더 크게 나타남
- BTC를 알트로 익절하는 것이 아닌 추가적인 자금 유입을 통한 메이저 알트 매집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기 투기 목적의 개인 투자자들이 이끄는 상승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헷지 목적 투자 자금의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개인 투자자들은 상승률과 리턴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총이 낮은 알트코인 위주로 손이 가게 되어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리스크가 낮은 비트코인과 그 바로 아래의 메이저 알트에 손이 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잡알트의 낙수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지난 3년 동안 정말 수많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출시되면서 2017년에 비해 알트코인의 종류가 훨씬 많아진 상황이다보니 BTC의 익절분이나 신규 투자자금이 알트로 흘러들어 가는 분산도가 커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
"박상기의 난", "김치 프리미엄", "ICO 광풍" 등으로 요약할 수 있었던 2017년은 한국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장이었다고 해도 될 만큼 40%가 넘는 프리미엄이 있었고 그야말로 한국의 암호화폐 FOMO가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딱히 거시 경제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말 그대로 단기적으로 엄청난 가격 변동성이 있는 새로운 시장과 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거래소들이 한국에 하나둘씩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 상태로 촉발된 경제충격으로 인한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발생과 함께 법정통화의 실질구매력 하락,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서의 대안의 탐색,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BM개발 등으로 경제적 패러다임이 쉬프트 중이고 그 중심에 비트코인과 디지털자산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전자화폐, 암호화화폐, 암호화폐, 가상자산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Cryptocurrency를 일컫는 용어의 변경이 계속되었고 이제는 Digital Asset(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는 것이 이러한 큰 흐름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새로운 실험적 기술" 또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쪼가리"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자 "인플레이션 헷지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대중들이 인식이 조금씩 바뀌면서 그동안 소위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자금의 구성이 새롭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4. 크립토 유틸리티 + 금융상품
2020년을 잘 수식할 수 있는 키워드는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 "패시브인컴과 탈중앙화금융(DeFi)" 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디파이는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호화폐를 자산화하고 새로운 유틸리티를 부여하며 정말 엄청난 자금을 크립토 시장으로 유입시켰습니다.
단순히 가격 변동성이 큰 유틸리티 토큰 뿐만 아니라, USDT, USDC, BUSD 등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금의 유입이 엄청났는데 덕분에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선호하지 않는 자금들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이 되면서 시장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견인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5. 탈거래소화
디파이는 아직도 극초기 단계에 있고 컨트랙트 결함이나 해킹 리스크 등이 존재하지만, 암호화폐를 단순히 매수-매도라는 단기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 수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 취득"이라는 유틸리티를 추가함으로서 암호화폐의 탈 거래소화와 온체인 상태에서의 스테이킹률을 획기적으로 상승시켰습니다.
사실 디파이는 그동안 거래소만 이용하던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직접 개인지갑을 사용해보게끔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디파이로 인한 탈거래소화의 중심에는 비트코인이 있었습니다.
디파이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은 랩트 비트코인(WBTC)를 통해 비트코인의 상당수를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 올려놓음으로써 이더리움 네트워크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트코인의 탈거래소화(온체인화)를 통한 자산화를 강화하였고,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보유 기간 동안 상당한 이자농사가 가능해진 것은 비트코인 고래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 + 인플레이션 헷지 + 보유기간 동안의 이자수익 + 일드파밍 등의 메리트가 더해진 비트코인은 굳이 팔 필요가 없는, 아니 절대 팔아서는 안될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항상 암호화폐 시장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일 때마다 SEC의 security 토큰 규제, 테더(USDT) 이슈, 거래소의 해킹 소식, 중국의 암호화폐 전면 규제가 이슈가 되어왔고, 이번에는 디파이 해킹 리스크까지 언제든지 시장을 얻어붙게 만드는 FUD 이슈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그 FUD에 정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떨어져나가고 다시 급격한 상승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시장 상황에서는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나름의 기준을 잡아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더불어 내가 정말 많은 돈(100억 정도)을 투자할 수 있다면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 기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까지는 소위 시체가 없다는 ICO가 상승장에서의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적 효율의 전략이었다면, 2020년부터는 새롭게 태어나는 프로젝트들에서 좋은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시총이 높은 메이저 알트와 실제 프로덕트를 가지고 프로젝트 팀의 영향력이 줄어들어도 프로젝트가 생명력을 잃지 않을 SEC의 증권 규제로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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